한국이 휴전 중인 분단 국가이기 때문에 쉽게 쓰이는 특이한 표현들이 있다고 한다. 나라 잃은 사람처럼 운다,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큰소리가 나면)전쟁 났냐, 등등등 너무 익숙하세 써와서 특이한 줄도 몰랐던 수식들.ㅋㅋ 나 역시 동네에 예고없이 천둥이 치거나 갑자기 불꽃놀이라도 하면 짧게는 0.5초 길게는 5초 정도 아 북한이 드디어 마음 먹은 줄. 이런 생각이 꼭 스쳐가곤 했는데
비슷한 류의 공포가 어젯밤 만큼 길었던 적이 없었다. 계엄 포고령이 한 줄 한 줄 실시간으로 속보가 뜨는데 2024년 민주사회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문장들 뿐이었다. 국회 폐쇄. 집회, 시위, 파업 등의 정치 행위 금지. 출판 통제.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 가능. 쏟아지는 속보 속에 유튜브 라이브에선 의원들이 담을 넘고 군인들은 유리창을 깨고, 본 회의가 열린 후 라이브 시청자들은 군인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올까 노심초사하여 빨리 진행하라는 채팅이 미친듯이 올라오고... 나 역시 회의장을 부감숏으로 비추고 있는 유튜브 화면 가장자리에서 금방이라도 군인들이 튀어 나올까 초조해서 도대체 안건이란 건 왜 그렇게 못 올라오는지 답답해 했었다. 결국 의결이 성공한 것까진 보았지만 대통령이 선포해야 최종적으로 해제된다는 정보만 보고 2시 넘어 잠듦... 새벽에 눈이 떠지자마자 폰을 켜서 확인했는데 늦게도 해제했더만
단순한 쇼로 받아들이기엔 적나라하게 송출된 화면들이 눈 안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늦은 밤 달려나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진 기분이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갑자기 독재국가의 시민이 될 줄은? 아무튼 참으로 애국하기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다.....최근 2년은 더더욱 그렇다. 여러 이유로 조선땅을 떠나라는 조언도 많아진다는 건 알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나고 자라 모든 곳에 기억이 묻어있고 성장하며 사랑하게 된 사람들을 가까이 둔 땅에 계속 살고 싶을 뿐인데